Figure Paintings

묘사의 정점을 향한 욕망, 신대엽의 인물화

《Who I Am》전에서 나를 속절없이 끌어당긴 것은 맨발의 중년 남자가 의자에 앉아 우두커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그 사람의 의자〉와 어지간히 취기가 오른 세 명의 여자가 바닥난 술을 아쉬워하는 〈원 모어 비어〉다. 사람보다는 의자라는 ‘물리적 형상’이 압도하는 〈그 사람의 의자〉는 정신이나 영혼 같은 비(非)물리적 요소에 그다지 관대하지 않은, 진화과학자의 그것을 연상시키는 신대엽의 냉혹한 세계관을 드러낸다. 하지만 남자가 입은 짙은 회색빛 점퍼와 의자 다리에 조그맣게 묻은, 남자가 화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파란색 물감 자국은 신대엽의 세계관을 형성하는 냉혹함은 예민한 관찰과 핍진한 사유가 만들어낸 결과물일 뿐, 실은 그 안에 믿기지 않을 정도의 온기가 깃들어 있음을 짐작하게 만든다. ‘낭만’이란 단어로 바꾸어도 좋을 그 온기는 〈원 모어 비어〉에서 더 진하게 드러난다. 떠나기 전에 커피를 한 잔 더 마셔야겠다던 밥 딜런의 노래 ‘원 모어 컵 오브 커 피’에서 커피를 맥주로 바꾸어놓은 이 그림은 정밀한 묘사 너머로 슬그머니 끌어당긴다. 가령, 술꾼들과 떨어진 채 탁자 한끝에 외로이 놓인 어느 소설가의 장편소설인 듯한 책 한 권이 주는 외로움 같은. - 하창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