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만드는 삶과 역사
한 편의 영화를 보고 나오는 것 같다. 신대엽의 작품 <아이들 놀이>는 우리세대의 어릴 적 놀이들이 다 나온다. 순지와 어울린 투명한 색과 선이 빚어내는 놀라운 삶의 풍경과 역사다. 영화와 다른 점은 두 시간을 꼬박 따라갈 필요 없이 그 그림 앞에서 그냥 체험이 다 가능하다는 점이다. 시간예술과 공간예술을 구분한다 할 때 영화와 이 그림의 차이는 단지 그것일 뿐이다. 원금법적 시점 어쩌구하는 환상과 지독한 계산의 치밀함을 금방 무력화할 수 있는 한국화의 힘을 보여준다. 몇 년 전 철거된 춘천 <풍물시장>의 기록도 그와 같다. 작품 라오콘과 시인 호라티우스, 레싱이 얽힌 시(詩)와 회화의 우위논쟁이 있었던가. 이 그림들에서라면 나는 회화의 승리를 충분히 말할 수 있을까 싶다. <1982년 12월 1일 생>에서는 작가 아버지를 통해 역사를 본다. 임정과 독립투사들로 이루어지는 시대의 역사부터, 가족사까지 9폭의 대 서사를 펼쳐내고 있다.
산과함께, 70 에서
최형순 |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