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Spaces

다른 공간들

내가 그리는 공간은 현실에 있는 공간이지만 정확히 어떤 곳은 아니다. 기억과 기억의 조합으로 전혀 다른 공간이 된다. 현실에는 있지만 현실과는 다른 공간 내가 가보고 싶은 곳, 사람들의 손때가 묻은 곳, 시간이 허물어진 곳, 잡초가 자라는 곳. 슬픔이 베어 얼룩진 곳, 흙 냄새가 나는 곳, 나의 자화상이며 너의 모습이기도 한 곳, 묘하기도 하고 쓸쓸하기도한 바람이 살랑이고 스쳐가는 곳, 눈물이 날 것만 같은 곳, 바라보면 저절로 웃음이 나우는 허술한 벽이 있는 곳, 오래된 나무가 마른 덩굴을 치렁치렁 달고 우뚝 서 있는 곳, 어디에나 있지만 어디에도 없는 곳, 다른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