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s of Things

벽과 문, 안 혹은 너머

전시회 막바지 작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그의 작업실을 찾았을 때, 이미 완성이 되어 걸려 있거나 거의 끝나가고 있던 작품들을 보면서 나는 두 개의 ‘사물’을 발견했다. 그 하나는 ‘벽’이고, 다른 하나는 ‘문’이었다. 벽과 문 - 따로 존재하기도 하고, 같은 공간에 놓여 있기도 한 그 두 개의 ‘사물’은, 과장을 조금 보태서 말하자면, 하이퍼리얼리즘만큼이나 또렷했다. 벽은 벽 특유의 투박한 질감을 그대로 드러냈고, 오래도록 닫혀있기만 했을 것 같은 문은 밀면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릴 것 같았다. 그 두 개의 사물은, 그러니까 벽과 문은, ‘이쪽’과 ‘저쪽’을 완강하게 차단했다. 해체되기 전의 베를린장벽처럼. 오래 전 주인이 떠나버려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는 궁벽한 어느 시골집의 닫혀 있는 문처럼. - 하창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