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wings

드로잉

이십 대 초반에 나는 빨리 할머니가 되고 싶었다.

할머니가 되면 마음이 잠잠해져 편안해지리라 생각했다.

이제 나이가 들고 보니, 여전히 마음에서 놓여나지 못했고

거기다가 회한의 두께까지 더해져 무거워져 있었다.

약사동을 산책하면서 녹슨 철문과 낮은 담장, 무성한 풀들과 여문 꽃씨들과 감나무를 보면서,

오래되어 보기에 좋은 것들도 많구나 생각했다.